2009년 가을. 진해 웅천 백일마을 뒷산을 아이들과 함께 찾았다. 차량통행이 가능할 정도의 넓은 길이었으나
자물쇠로 꽁꽁 묵었놨다. 이곳은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근의 부산에서도 찾아올만큼 아름아름으로 소문은 제법 나 있는 듯 했다.
어쨌든 좌청룡,우백호를 대동하고 씩씩하게 걸음을 내딛었다. 이날은 작은놈이 앞장을 섰다.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작은놈이 보이질 않는다. 벌써 저 언덕을 넘어갔단 말이야? 오늘 큰놈의 컨디션은 영엉 아니올시다인가? 우째 맥이 없어 보인다
은규야 힘내!
ㅋㅋㅋ 그럼 그렇지. 작은놈은 아직 오빠 뒤에 있었네. 암튼 오늘은 안아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씩씩하게 혼자서 잘 올라간다. 오빠 거기 서. 같이 가 ---
길엔 붉은 낙엽이 깔리고 오가는 인적이 드물어 지지배배 산새소리도 그 어느곳보다 뚜렷하게 잘 들린다.
백일마을 뒷산을 찾은 오늘에서야 드뎌 가을깊숙이 들어온 것 같다.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정말 좋다.
아버지로서 당연한 권리요 의무라 하지만
자연에 푹 담긴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보다 더한 행복이 또 없다.
이제는 내가 앞장선다. 작은놈은 지친 기색없이 잘 따라 올라오는데.....큰 놈은 오늘따라 넘 무게를 잡는다.
두 놈 맞잡은 손이 고맙다.
작은놈에게 한 손 내민 큰 놈의 마음이 고맙다.
어려울땐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야하는 세상이치를 가을산행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
백일마을 뒷쪽으로 올라가는 숲길은 '깔끔한' 맛이다.
차갑지만 매섭지 않고 그 무엇보다 산속의 흙길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그리고 이 길은 밤송이가 지천이다. 이른 가을에 찾는다면
밤톨을 까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떨어진 낙엽사이로 아이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두고 돌아왔다.
봄에 찾았을때의 느낌이랑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곳은 가을의 운치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정말 걷기좋은 코스 이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하기에 딱 이다.
'걷고싶은길 100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해둘레길 답사기-2 (0) | 2010.05.14 |
---|---|
진해 둘레길 55km 답사기-1 (0) | 2010.05.14 |
드림파크숲길의 가을풍경 (0) | 2009.10.19 |
진해드림파크숲길 (0) | 2009.10.19 |
진해 두동의 풍경 (0) | 2009.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