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다.
마흔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쉰 고개에 닿았다.
예순 고개 높고 멀어 도착하기 힘드니
조금 쉬었다 가라고
쉰이다.
쉰 고갯마루에서 동해바다 새해를 맞이한지
닷새째 되는 오늘.
잠시 쉬었다 가던 길 계속 가야 하는데
그냥 털석 주저앉아
더는 못 가겠다고 친구 한놈이 드러 누웠다.
그러고는
그대로 영원한 안식을 맞이 했다.
미망인과 아들, 딸을 남기고
이 친구 먼저 떠났다.
스물.
파릇파릇 청년에 만나 쉰에 영영 이별하니
우리의 인연시계는 30년만에 태엽이 몽땅 풀려버렸다.
술담배 모르고 운동에 전념한 멋진 승부사였던 친구다.
레인 위의 승부가 생사를 오가는 고역이었으면
진작에 내려놓지. 그랬냐!
잘가라, 친구야.
이젠
아픔없고 고통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어라.
나의
쉰 고갯마루 오름길은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