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루를 보내며

시절 인연

발란스짱 2017. 10. 11. 23:35
시절인연(時節因緣)
"모든 인연에는 오고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날 인연은 만나게 되고,
반대로
피하고 싶어도 만나게 된다는 말이다.
 
오늘 퇴근후 만난 이 친구는
8년전 사직서를 던지고 떠났다.
2년 6개월을 공무직으로 근무했다.
 
셀러리맨의 낙이라 하는 급여날.
이 친구는 봉급날이
낙이 아니라 열 받았다고 한다.
쥐꼬리만한 급여는 입출 흔적만 남긴채
실체를 보질 못했다고 한다.
 
백여만원의 쥐꼬리 월급은 의욕상실을
점점 가속화시켰단다.

이 친구의 사표가 한편 이해된다.
'대가없는 열정은 오래 못간다'는 말이 있다.
이 친구세게는
퇴사를 생각할 그 당시에 감정이
딱!
이런 상태였다고 한다.
결국 사표를 던졌다.
 
퇴사 후 8년이 지났다. 우리는
주로 명절 전후와 연말연시에 만나서
안부를 확인하곤 했다.
길었던 추석연휴를 보내고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울인다.
오고가는 얘기중에
이 친구의 자리를 꾀찬 현재 직원의 연봉이
당시보다 3배쯤 올랐다고 전했더니
깜놀한다.

그리고는 ㅎㅎ웃으면서 쓴소주를 삼킨다.
빈잔을 내리면서 한마디 뱉는다.
"박사님, 저는 정부미와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나이 탓 하면서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지금의 여유로움을 받아들이고
인생 악보에서
지금은 긴 쉼표 구간이라 생각하랬더니
마침표 찍고
이달 하순에 일하러 배트남으로 간단다.
쓴 소주를 서너 잔 더 마시고
속깊은 곳에서 오랜세월 숙성시킨 말을 꺼낸다.
 
둘은 마주 앉은 채
스물스물 빠져나오는 추억 하나에 소주 한 잔씩
값을 매겨 주었다.

회사를 떠난지가 8년이나 지났지만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내게 고맙단다.
 
나는 오히려 니가 고맙다 했다.
2년 6개월,
함께 했던 그 기간 동안
매사에 최선을 다해준 태도가 고마웠다.
 
반주 삼아 한잔 한다는 것이
어느새 주량을 채웠다.
 시원한 밀면으로 마무리 했다.
 
집으로 오는 걸음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를 잡는다.
 
"물리적 시간은 마음의 시간을 지울 수 없다"

글. 건강마을제작소 박평문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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